최초 또는 최후 : 아가와사와꼬(阿川佐和子)   -   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무척이나 좋아하는 걸 최초에 먹어버리는 사람과, 최후까지 소중하게 남겨놓고 나서 먹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압도적으로 후자였는데, 그러나 그 버릇으로 인해 몇 번이나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약이 올라서 종종 바꾸자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이번에는 기분이 만족하지 못해, 아직까지 마음이 정해지지 않는다.

인생 최초에 그 버릇에 의해 괴로움을 당한 건, 유치원인지 초등학교 1학년 경의 일이다. 형과 둘이, 식탁에서 저녁밥을 먹고 있었다. 그날 밤의 제일 맛있는 음식은 어머니가 만든 콘스프였다. 기뻤다. 나는 콘스프가 든 컵을 옆에 놓고, 다른 반찬으로 밥을 먹으면서 마지막 기쁨으로 남겨놓았다. 얼추 반찬을 다 먹고, 자아, 대망의 콘스프를 먹자고 컵에 눈을 돌리고는 기겁을 했다.

비어있는 것이다. 어째서인가. 아직 한 숟갈도 입을 대지 않았는데소란을 피우는 나를 느꼈는지 옆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던 형이 멀쩡하게 고백했다.

, 그거, 내가 마셔버렸다. 남아있었으니까. 싫어하는구나 생각했지’ 

그 때의 쇼크는 선명한 광경과 함께 지금도 떠오른다.

그 이후다. 소중한 걸 남겨놓아도 별 수 없다는 걸 배웠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로 이해를 해 봐도, 몸에 밴 행동패턴은 그리 간단하게 낫지를 않는다.

작년에 파리에서 사온 캐비어도 아까운 짓을 했다. 어느 날 밤, 친구들이 밥을 먹으로 왔기에 큰맘 먹고 뚜껑을 열고는, ‘전부 먹으면 안 되니까.’ 라고 강하게 제한하고 찔끔찔끔 만끽했다. 작은 유리 용기에는 아직 반 분량 검은 보석이 빛나고 있었다.

한입 더 줘. 하면서 떼쓰는 친구의 손바닥을 때리고는, ‘이런 비싼 걸 한꺼번에 먹으면 죄 받아!’ 라고 야단을 치고는 냉큼 집어서 뚜껑을 닫고, 정성스레 호일로 싼 다음, 비닐주머니에 넣어 냉장고 구석에 보관했다. 좋아, 다음에 적당한 날이 왔을 때 나머지를 먹어버리자. 그렇게 결의했는데, 캐비어가 어울리는 날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그럭저럭 하고 있는 사이에 잊어버렸다근데 이 구석에 집어넣은 비닐주머니는 무엇이었던가.

열어서 확인하자고 생각하면서 그만 뒤로 미루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기어이 마음을 다잡고 드려다 보았다. ! 하고 목소리가 나왔다. 아차, 하고 혀를 찼다. 나온 건, 파란 곰팡이가 들러붙어 딱딱하게 굳은 검정 보석 알갱이였다.

그날을 계기로 개심(改心)했다. 이제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으련다.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까운 결과가 되는 것이다.

저어, 이 와인 열어도 괜찮아?’

놀러 온 여자 친구가 선반에 쌓인 와인 가운데서 하나를 집어 들었다. 부엌에서 요리를 만들고 있던 나는, ‘좋아, 좋아, 어떤 거든 열어라고 호기 차게 대답한다.

만든 요리는 약간의 반찬이었다. 소시지를 끓이고, 치즈를 자르고, 야채를 볶은 정도의 것. 그것들을 안주로 부엌에서 와인을 서서 마셨다.

어머, 꽤 맛있지 않아라면서 새삼 라벨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혹시, 그 와인은 프랑스에 여행했을 때 구입한, 약간 고급의 한 병이었지 않나. 조사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본고장 가격으로 2만엥 이상했던 거다.

! 부엌에 서서 마셔도 되는 물건이 아이었다고!’

친구를 탓해도 별 수 없지만, 좀 더 중요한 만찬을 위해 남겨놓고 싶었다아까우니까 빨리 먹어치울까, 아까우니까 마지막으로 할까. 내 마음은 또다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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