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추석날   -   잡문 [雜文]

호젓이 모녀가 추석을 보내고 밤을 맞이했다. 차례라도 지내야 하는건데 남성도 없고 내가 

몸이 시원치 않으니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평소와 같이 토스트와 커피로 아침

식사를 한 뒤 허리운동 삼아 복대를 매고 근처를 한 바퀴 돌고 돌아왔더니 개운하기는커녕 

여기저기가 더 쑤신다. 뜨거운 샤워로 허리를 달랜 뒤 쑤시는 곳에 약을 바르고, 잠시 누워 

옛일을 그리워했다.

어렸을 때는 추석차례로 며칠 전부터 집안이 부산해지고, 송편 빚고 전유어에 빈대떡 붙일 

때는 거들기도 했지...

보름날 아침에 대청에 병풍을 두르고 차례 상을 준비할 때는 잔심부름도 곧잘 했다.

두 오빠가 한복으로 갈아입고 차례를 지낼 때는 마당으로 내려가 동생과 유리문틈으로 

구경을 했지.... 그때 일이 눈에 서언하고 무척 그리워진다.

유수같이 세월이 흘러 이제 어머니부터 두 오빠까지 다 세상을 떠나고 동생과 둘만 

남았는데,  가까이 살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하고, 그저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생각하면서 

지내는 한심한 나.

몸이 성치 않으니까 뭐든 비관적으로 생각하면서 그저 하는 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몸져눕지 않는 것만 다행이라 여기면서 오늘 아침에도 복대(腹帶)를 단단히 

하고 근처 대학을 한 바퀴 또는 산책을 했다. 제발 허리만 쑤시지 말아달라고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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