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날의 하루   -   잡문 [雜文]

2010년 봄에 심근증(心筋症)이라는 병으로 자식들을 겁먹게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8년이 지난 아직까지 검진과 치료받은 병원에 다니고 있고, 그날이 어제였다.

이제 그만 가고 싶다고 해도 딸아이가 막무가내로 정해진 날 잊지 않고 아침부터

서둘러댄다.

늘 그랬지만 심장내과 대기소에는 왼 늙은이 환자가 그리 많은지.... 한참을

기다린 끝에 마주 한 담당의사는 혈압이 낮아졌다면서 약 처방을 해주고 끝,

허망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약국에 들러 약을 한보따리 구입한 뒤, 늘 하던 대로 시내중심가로 향했다.

날씨는 아직도 쌀쌀한데 여전히 명동은 외국 여행객들로 붐볐다. 우선 딸아이의

시계수리를 맡기고, ‘우리 점심 뭐 먹지?’ ‘유명한 명동비빔밥집 갈까?’ ‘그러자’.

오후 한시가 넘었는데도 식당 안은 손님으로 거의 꽉 찼는데, 요행이 빈자리가

있어 우린 맛있는 비빔밥을 편히 먹을 수 있었다. ‘커피는?’ ‘식빵 먼저 산 다음에.’

태평로 큰 길 지하도는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갈 수 있어 쉽게 건너서 퍼시픽호텔로.

전엔 아빠가 늘 이 호텔 식빵 사오셨는데...’ 15년 전에 끝난 일을 호텔이 보이면

꼭 딸아이가 한마디 한다. 식빵 두 봉지에 파운드케잌까지 사 들자 꽤 무거운지,

아빠가 연말에 세 봉지 사 들고 오셔서 현관에 동댕이친 거 알만 하네.’ 라는

딸아이 말에 그 얘긴 식빵 살 때마다 나오네.’ 하면서 둘이 킬킬 웃었다.

커피는 어디서 마시지?’ ‘그냥 집에 가서 이 파운드케익이랑 마시자’.

전 같으면 호텔에서 커피까지 마시고, 명동에 나온 김에 필요한 거 쇼핑하자고

그러련만, 짐이 무거운지 두말없이 찻길로 앞장 서는 딸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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