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좋아하는 여자의 조건 : 아가와사와꼬(阿川佐和子)   -   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젊었던 시절, 좋은 남자의 조건은 무엇보다 남자친구가 많은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동성이 좋아하는 남자는 인품이 비천하지 않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사랑스러움을 지녔으며, 신뢰도가 높고, 본질적으로 진지할 것이라는 이미지를 지녔다. 동성을 배반하지 않는 남자는 틀림없이 가족이나 연인도 배반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에 따른 진위는 우선 놔두고, 그 정의가 과연 여인에게도 해당하는지 어떤지는 남성의 경우보다 더욱 수수께끼로 생각된다.
여인끼리의 친한 관계는 기본적으로 오래가게 하는 게 어렵다. 라고 나는 믿고 있다. 이유는 여자 편이 결혼이라거나 출산 등에 따라 인생이나 생활환경, 경제상황이 급변하기 쉽고, 그 변화에 대해 여자는 남자 이상으로 순응성이 깊어, 새로운 환경에 길들기 쉽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여자는 미래나 과거보다 현재에 무게를 두고 나날을 보내려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원망에 대한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건 잘하는데, 우선 눈앞의 경치 상황을 근시안적 시점에 따라 관찰 이해하고, 그로부터 나타나는 기쁨이나 불만, 고민이 점점 마음의 많은 부분을 점령하게 된다. 이 불만을 어떻게 발산시키는가. 이 기쁨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그걸 생각하면서 동성, 더욱이 비슷한 경우에 있음직한 친구를 구하는 것이다.
‘어머, 너도? 실은 나도 상사와 맞지 않거든’
‘좋은 남자 발견했어? 나도 전혀...’
그런데 이렇게 친해진 관계도, 공통의 불평이나 불만을 어느 쪽이든 한쪽이 해소한 시점에서썰물이 빠져나가듯 흐려져 간다. 예를 들어 한쪽이 직장의 인간관계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또 한쪽은 취직 경험이 없고, 자식 일로 머리가 꽉차있다고 칠 때 서로 동정의 목소리를 건네는 건 가능해도, 상대의 기분과 같은 텐션은 되지 못한다.
‘어머, 큰일이네, 회사란.’
‘흐음, 큰일이네, 육아란.’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마음속으로, ‘학창시절에는 제일 친했다고 생각했었는데 A자하고 이야기해도 별로 즐겁지가 않아. 내일은 B자에게 상담해보자.’
그렇게 교우관계는 조금씩 변화해나가는 것이다.
그런 일로 친구를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여자도 물론 있다. 그저 그녀는 소중한 친구가 자신과 같은 경우에 있기를 바랄 것이다.
‘언제까지나 혼자 있지 말고 빨리 너도 결혼해.’
먼저 결혼한 친구에게서 몇 번이나 권유를 받았던가. 그렇게 말하는 나도, 친구에게,
‘일이라도 시작하면 어때? 넌 절대 유능하다고 생각해.’
충고한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이쪽으로 와.’ 하고 자신의 세계로 권유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같은 세계로 와서, 같은 즐거움과 같은 괴로움을 서로 나누자. 그렇게 되면 예전처럼 서로의 거리가 줄어들 것이다.
우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공통의 관심사를 보유해 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어디까지나 나 개인의 견해이고 과학적 뒷받침도 심리학적 근거도 아무것도 없다. 있는 건 작은 자신의 경험과, 주변 관찰의 축적뿐이다. 그리고 이 독단으로부터 끌어내는 결과로, 여자끼리의 우정은 대개 뒤바뀌기 쉬운 것이며, 여자는 자신의 마음의 짐을 마치 새로운 가방에 바꿔 넣듯, 때때로 친구를 바꾸면서 살아나가는 동물일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여자의 욕만 하고 있으면 나중에 난 동성 친구를 모두 읽고 말 것 같은 불안에 쌓인다. 그래서 이쯤해서 여자 친구의 매력에 대해, 여자가 ‘친해지고 싶다.’ 라고 생각되는 여자는 어떤 타입인가를 생각해보기로 한다.
‘어떻게 생각해?’
혼자서 생각해도 알 수가 없어 여인 전성기에 있는 우리 비서, 아야양에게 물어봤다.
‘여자가 좋아하는 여자란 어떤 사람인가. 그런 테마의 원고 의뢰가 왔거든.’
그러자 아야양이 즉각,
‘색기(色氣) 없는 여자.’
과연, 색기를 팍팍 풍기고 있는 여자 곁에 있으면 확실히 제대로 된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 계속해서,
‘남자기색 없는 여자’
연인이 있고 없고 상관없이, 남자 냄새를 풍기지 않는 일이 중요한 모양이다. 느끼면 차례로 나오는 법으로, ‘남자 앞에서 태도나 목소리 색을 바꾸지 않는 여자. 또, 질투할 요소가 없는 여자’라는 건 다시 말해, 자기 쪽이 아직 이 여자보다 낫다고 늘 안심시켜주는 여자야 말로, 여자가 좋아하는 여자라는 말이 되는 것일까.
얼핏, 내 머리에 새로운 의문이 떠오른다. 여자끼리의 우정에 그다지 기대를 안고 있지 않은 나에게, 어째서 이러한 테마의 원고 의뢰가 왔을까.
‘그건 아가와씨가 ’여자가 좋아하는 여자‘라고 생각되기 때문이에요.’
아야양은 칭찬이랍시고 대답한 모양인데, 다시 말해 나에게는 색기도 남자스러움도 없어, 질투할 요소가 없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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