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월...   -   잡문 [雜文]

   초여름에 들어섰다지만 날씨는 아직도 봄날같이 따사로워 산책하기에 적당하다.

며칠 전 오랜만에 동생이 찾아왔다. 걸어가기 적당한 곳에 살면서도 자주 왕래를 하지

못하는 건 아마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예전 엄마의 말을 서로 믿고 있기 때문이겠지^^;

집에 혼자 남아있는 남편을 위해 점심으로 만드는 김에 넉넉히 했다면서 가져온 김밥과

유부초밥을 맛있게 먹으면서 그동안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식후, 커피를 마시며

그동안 궁금했던 이야기를 나누던 동생이 시계를 들여다보고는, 혼자 집에 남아 있는

남편이 걱정되는지 벌떡 일어서는 바람에 우리도 배웅할 겸, 장이나 보러 가자고 함께

집을 나섰다.

  동생이 사는 아파트단지가 보이는 큰 길에서 우린 헤어져, 조금 더 가면 있다는 그 동네

큰 시장에 가 보았다. 확실히 우리 동네 시장보다 규모가 컸다. 건망증 심한 내가 뭘 사야

할는지 멍청하게 있는 걸 보더니, 딸아이가 내 손을 끌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필요한 걸

척척 바구니에 담는다.

  바구니가 그득해 지자, 한참을 걸어야하는데 힘이 들테니 그만 사자고 내가 팔을 끌자,

엄마랑 나눠들면 돼! 하며 픽 웃는다. 그건 그렇지만....

돌아오는 길은 은근히 멀게 느껴졌다. 도중에 커피숍에라도 들르고 싶었지만, 퍼져있는

코로나병균 때문에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어 딸아이의 팔을 붙잡고 기다시피 돌아왔다.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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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鎌倉):다치하라마사아끼(立原正秋)   -   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원각사에서 내려다 본 도케이지(東慶寺)

* 속화(俗化)하는 사원(寺院)

가마쿠라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나는 너무도 가마쿠라를 잘 알고 있다. 그런 의미로는, 가마쿠라는 대단히 쓰기 힘들다. 쓰기 힘든 건 가마쿠라 그 자체가 내 생활의 일부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런 뜻으로 금회(今回)는 내 안에서 사상(捨象)된 것을 쓰자. 따라서 입구에 회자(膾炙)된 건장사(建長寺), 원각사(圓覺寺), 하세(長谷)의 대불(大佛), 츠루오카하치만구(鶴岡八幡宮)등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않는다. 이 절들은 가마쿠라를 방문하는 사람에게 좋든 싫든 눈에 띤다. 내가 새삼스레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도쿄(東京)에서 요코하마선을 타고 기타가마쿠라에서 내린다. 그리고 전차가 기타가마쿠라(北鎌倉)를 떠나면, 바로 왼쪽에 커다란 절의 산문(山門)이 보인다. 이것이 원각사다. 그리고 우측 야트막한 곳에 청동(靑銅) 지붕이 언뜻 보인다. 이는 엥끼리데라(緣切寺)라 불리는 도케이지(東慶寺)의 본당이다. 이 때 사람들은, 아아 가마쿠라에 도착했구나, 라고 생각한다.

이들 사원의 경내는 예전의 나에게는 적당한 산책길이었는데, 지금은 방문하는 일이 별로 없다. 수년전, 나는 어느 신문의 요구에 응해 <가마쿠라의 절>이라는 제목의 수필을 썼다. 그 중의 일절을 잘라내어 보자.

지난날, 나이 어린 친구가 찾아와서 하세(長谷)의 대불(大佛)을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오래간만에 대불을 방문했다. 배관료(拜觀料)를 지불하고 절로 들어가자, 양상이 크게 변해있었다. 배관료 인상으로 절은 뚱뚱해지고, 사치를 다한 건물이 서고, 게다가 새로운 건물을 건축중이었다. 산문(山門)에서 배관료를 받은데 더해 또 대불 안으로 들어가는데도 돈을 받았다 난 그 넘치는 욕심에 기가 막혔다. 이 절을 방문하는 관광버스 때문에 시민이 이용하는 버스는 절 앞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되어, 30분은 기다리게 하는 수가 흔했다. (중략) 나는 이 또한 오랜만으로 산 안의 원각사를 빙문했다. 여기서도 배관료를 지불하고 경내로 들어갔더니 새로 지은 불전은 역시 훌륭했다. 하지만, 칙사문(勅使門)이 있는 본당에는 높은 콘크리트 벽을 둘러치고, 사리전(舍利殿)이 있는 승당(僧堂)에도 출입금지의 패가 세워져 있는 건 무슨 이유인지.

돈을 받고 있으면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건 무슨 일인가. 절이 속화(俗化)하기 때문이라고 절의 중은 말한다. 그렇다면 배관료등은 받지 말고, 완전히 출입금지로 하면 된다. 돈을 받아 편히 살찌면서, 우리들은 현대의 고승(高僧)이다, 라고 그들은 말하고 있다.

, 속화(俗化)한건 사원이 아니라 사원을 관장하고 있는 승려이다, 라고 하는 건 지금도 변하지 않은 나의 의견이다. 도대체, 새로운 불전을 건립하여 볼꺼리로 하고, 견물료(絹物料)를 받는 일이 불법(佛法) 세계에서 살고 있는 자가 할 일인가. 원각사의 불전이 이전에 소실(燒失)된 건물을 재현한 것인가 아닌가에 대해서 난 알지 못한다. 지난번의 사사야마(條山)에서도 성에 대해 조금 건드렸지만, 옛날 시대의 건축물을, 현제에 재현하는 일은, 관광목적이라는 명목을 빼고라도, 확실히 말해, 재현에 실패해서 잘못되거나, 반대로 성공해서 표절작품을 만들어내든가 어느 쪽일 것이다. 부분적인 수리와는 이야기가 다르다.

하세대불(長谷大佛)의 경내 등, 콘크리트 건물 때문에, 벌써 옛날 경내의 모습은 없다. 볼꺼리로도 별 수 없으므로, 가마쿠라(鎌倉)를 방문하는 사람은, 이런 장소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즈이센지(瑞泉寺)에는, 사이젱바코(齋銭箱) 옆에 푯말이 세워져 있어, 절을 유지해나가기 위해 한사람등 십엥(拾円) 이상의 희사(喜捨)를 부탁합니다, 라고 쓰여져 있다. 이것이 본래의 정 방식일 것이라. 십엥을 넣지 않고 경내에 들어가는 자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절의 중은 그 자를 책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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