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 책읽기   -   잡문 [雜文]



날이 매섭게 차니 방구석에만 틀어박혀있게 된다.
게다가 콧물감기까지 들어 새해 초부터 만사에 의욕이 없어지면서
온몸이 나른해 자꾸만 눕게 되니 자연히 책을 집어 들게 된다.
그래서 정초부터 읽은 책이 추리소설 3권, 번역물이라 활자가 작고
엄청나게 두꺼워서 누워 읽기에는 영 자세가 나오지 않아 불편했어도
워낙 즐기는 추리물이라 질리지도 않고 아래 세권을 내리 독파했다.

이사카코타로(伊坂幸太郞)의 「골든 슬럼버(Golden Slumber)」
Minette Walters의 「폭스 이블(Fox Evil)」
S.J. Rozan의 「윈터 앤 나이트 (Winter and Night)」

‘골든 슬럼버’는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을 연상케 하는 내용이었고,
‘폭스 이블’은 영국 작가의 아가사 크리스티 스타일 분위기,
‘윈터 앤 나이트’는 미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등학생들의 폭력
약물 범죄은닉 파헤치기. 세권 모두 썩 잘 된 추리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대로 읽을 만은 했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무던히도 많은 추리소설을 읽었다. 
30대에는 일본추리소설에 빠져 명동 뒷골목 일본서점을 내 집 드나들듯 했고,
40대에는 아이들이 사들이는 외국추리소설의 번역판을 밤을 패고 읽었다.
50대에는 일본문화원에서 작가와 제목만 보고 무작정 빌려다가 읽고....

이제 나이 들어 그런 정력은 사라졌지만, 눈앞에 추리소설이 있으면 저절로
집어들게 되니, 아마도 이 병은 죽을 때까지 낫지 않는 무서운 중독성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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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ean reply | del   2011.01.28 21:55 신고
    중독성 고질 치고는 'The highest class'의 우아한 병이네요.
    아무리 그래도 활자 작고 무거워 자세가 안 나온다면
    세 가지가 모두 바람직하지 않은 조건이군요.
    더 오래 오래 즐기려면 너무 무리하지는 않기를 진심으로 권합니다.
  2. 걱정이 reply | del   2011.01.28 23:21 신고
    언니!!! 동생들 말 명심하세요
    어쩜 내 할말을 수안이 먼저 다 하셨을꼬...
    아침외출시간 바뻐 저녁으로 미뤘더니~~~

    나는 점점 ~~~ 눈의 피로가 빨리와서
    요사이 읽는 책 글씨가 작아 겨우 350쪽인데 몇일을
    아직도 씨름하고 있구먼서두...
    에그 1학년 들어가서 아르센 루팡~ 탐정소설 누워서
    읽다가 아빠에게 걱정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대가 10대 인줄 아십니까요?
    • yoohyun del    2011.01.29 14:40 신고
      수안이 유정이 없는 세상......?
      이렇게 염려해주는 친구있어 살맛 납니다.
      그동안 쓰잘대기 없는 일에까지 눈을 너무 혹사시켰는지 안구가
      스트라이크를 일으키려나봐요. 밤에는 아무것도 못할 정도인데
      그래도 보든 책이니 하고 집어들게 되어 탈이지요.
      요즘 서적들 문제 있어요. 글씨는 깨알 같으면서 웬 여백은
      그리 많이 줬는지.... 그러니까 페이지수만 늘어 책 두께가
      장난 아니게 두터워지고, 책값은 비싸지지. 요즘 젊은이들
      만화만 보는 거 이해할 것 같다니까요 -_-;
  3. 수안 reply | del   2011.01.29 19:39 신고
    셋 중엔 망내이지만 나도 나이가 있으니 잔소리 좀 더 해야겠네요.
    젊어서(어려서?) 눈에만은 자신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쓰잘데 없는 일에
    함부로 썼더니 제일 먼저 나빠진 것이 눈이었지요.
    눈 좋은 사람이 일찍 遠視가 된다지만 39세부터 Reading glass를 쓰게한 주범은
    하루에 한 권씩 28권의 德川家康를 계속 읽어 제낀 나 자신임을 알게 되었지요.
    종이도 인쇄도 안 좋은 해적판을 그것도 누워서 읽었거든요.

    그래도 정신 못 차리다가 백내장이 심해져
    도처히 책을 읽기 어렵게 되어서야 앗찻차!!!
    지난 봄 정말 하기 싫은 수술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눈(目) 혀(舌) 입(口) 코(鼻) 귀(耳)중에서 마지막 날까지
    제 구실을 해줘야 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 눈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다른 곳이면 내가 불편한 것 참으면 되겠지만,
    이건 당장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고
    스스로에게 이르는 말이기도 해요.
    어쨌던 작은 라디오를 하나 샀어요. 보는 일 적게 하고 듣는 쪽으로 가려고요.
    우리 함께 철 좀 듭시다.
    • yoohyun del    2011.01.31 10:57 신고
      이렇게 충고들을 해주는데 어쩌나, 또 추리소설 읽기 시작했으니...
      요것만 보고 진짜 나도 눈은 아껴두고 귀나 즐겁게 해줄까봐요.
      작은 라디오 장만한게 몇해 안되는데, 뭘 잘못 건드렸는지
      CD를 들을 수 없게 되어 가끔 FM만 듣지요.
      작년엔 소리 자체가 듣기 싫어 무음상태로 종일을 보냈지만
      건강이 회복되니까 노래도 듣고 싶고 어떨 때는 고전음악도
      찾아 듣게 되네요.
      근데, 이 나이에도 철이 들까...요?
           

추억의 거리, 角館의 설경   -   화상 [畵像]





올겨울에는 웬 눈이 이렇게 많이 오는지... 三寒四溫은 말뿐이고
지난 연말부터 계속 혹한이니 내린 눈이 그대로 얼어붙고, 응달은
빙판길이라니 나 같은 사람 외출은 꿈도 꾸지 못하겠어요.

친지가 일본 아키다(秋田) 가쿠노다테(角館) 부케야시키(武家屋敷) 거리의
설경을 찍어 보내주었습니다. 참 감회가 새롭더군요. 7,8년전 가을,
여고동창 40여명이 단체로 여행갔던 곳이거든요.
이 거리를 친구들과 걸으면서 일본의 전통문화를 엿볼 수 있었고,
포장마차에서 아키다 명물인 기리탐포라는, 찰떡을 꼬챙이에 꿰어
구운 것도 맛보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그 곳은 벗꽃으로 더 유명하다는데, 다시 가 볼 기회가 있을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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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정 reply | del   2011.01.24 23:51 신고
    하아 옛 추억이 새롭네요
    벌서 그리 세월이 흘렀군요~~~

    꼭 소원이라면?
    하기사 가 볼 곳 하 많으니
    미련일랑 접어 두시고
    새로운 곳으로 진출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잘 주무세요
    • yoohyun del    2011.01.25 13:07 신고
      작년에 돌아다니지 못해서인지 이 사진 보니까
      얼마나 그때가 그립고 또 가고싶었는지 몰라요^^;
      당신 말 대로 가 볼데는 무진장이니 올핸
      물 맑고 산 좋은 곳 찾아서 함께 가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