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비엔나로 -음악여행(3)-   -   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9. 크렘스의 와이너리로
                      
아침 9시, 미리 약속한 여섯명이 프란츠 요케프역에서 기차를 타고 크렘스로 향했다. 하늘은 쾌청하여 땀이 날 정도였다. 차창을 흐르는 구릉이 포도밭으로 변하자 드디어 도착이다. 역에서 택시로 잠시 달려 "WINZLER-KREMS"의 문에 들어섰다. 입구 오른쪽 벽에 멋진 조각이 있는 오래된 술통뚜껑이 끼워져 있어 역시 오스트리아 굴지의 와이너리다운 품격을 지녔구나 생각되었다.

그곳 지배인 A씨에게 일본 와이너리의 G씨 소개장을 건네자, 곧바로 어두컴컴한 와인 창고로 안내를 한다. 선뜻한 공기, 곰팡이 냄세, 끝없이 높게 쌓여 먼지를 뒤집어쓴 산더미 같은 커다란 술통과 병들. 수십년이나 된 듯한 먼지도  와인 숙성에 한몫을 하는 모양이다.
이어 거대한 탱크가 늘어선 방과, 병에 담고 상자에 포장하는등의 공정을 본 다음 드디어 와인 시음이다. 멋진 모양의 글라스를 늘어놓고 그들이 자랑하는 와인을 차례로 내온다. 하나하나 품종과 특징을 들으면서 향기를 맡아보고, 색깔을 보고는 입안에 담는다. 마냥 행복한 한때였다.

맛을 본 뒤 나머지를 버리도록 커다란 디캔터(decanter)를 내놓았지만 아까워서 그만 다 마셔버린다. 싱싱한 와인부터 시작하여, 차례로 늦게 딴 감칠맛 나는 것으로 옮겨진다. 모두의 얼굴과 목소리가 상기되고, 점잖던 분위기도 시끌벅적해지면서 즉석 와인켈러로 변하였다. 마지막으로 병 모양과 라벨을 보면서 카탈로그에 표시하는 것으로서 겨우 와인 고르기가 끝났다.

정신을 차려보니 마침 점심때였다. 맛있는 레스토랑을 설명담당의 G씨에게 물어 차로 안내받은 곳이 기막힌 곳이었다. 개울에 면해있는 세련된 곳으로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빼어나다. 와인으로 달구어진 뺨을 냇물을 타고 건너오는 바람이 식혀주어 기분이 그만이다. 요리도 송어 필레와 야채 스트류델이라는 것이 무척 맛있었다.
돌아서기 싫은 기분을 억누르고 작별을 고한 다음, 다뉴브를 따라 내려가는 패들과 헤어져 비엔나 행 열차에 몸을 실은 것은 오후 세시였다.

10. 바이올린 소나타의 밤
오늘 밤 연주회는 악우협회 브람스홀에서 오후 7시반 시작이다.  7시에 호텔을 나섰다. 지하철 U2로 칼스 프라츠로. 거기서 협회까지는 예전에 머물렀던 임페리얼 호텔을 지나 바로이다. 협회를 둘러싼 신록이 눈에 스며든다. 광장은 성장을 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오늘 밤 연주는 시베리아출신 트레챠코프의 바이올린과 모스크바출신 레온스카야의 피아노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의 밤이다. 곡은 4번, 5번(봄)과 6번(알렉산더)이었다.

어제 베토벤의 연고지인 하이리겐슈타드를 걸었던 것과, 젊었을 때 자주 듣던 곡이어서 각별한 느낌으로 청취한다. 마지막 6번이 환상적이었다. 피아노를 치는 여성이 대처수상처럼 탄탄한 체격의 소유자로, 때로는 바이올린을 압도하기도 했지만, 원래 이 곡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인 만큼 피아노가 바이올린을 따를 필요는 전혀 없다.

앙코르를 들은 뒤, 한패는 근처 와인켈러에 들렸다. 비엔나의 선술집답게 안으로 들어갈수록 아늑해지는 방에 자리잡고 맥주로 건배. 공기가 건조한 탓인가 단숨에 목으로 넘어갔다.
호텔에 돌아와 여늬때처럼 피씨를 들고 1층으로 내려가 니프티에 접속, 로그를 담아가지고 방으로 올라와서 메일과 각 회의실을 훑어본 다음 잠자리에 들었다. 이것이 있으니 외국에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11. 비엔나를 걷다
5월 8일(금) 여행 7일째. 내일은 벌써 귀국이다. 오늘은 밤의 음악회까지 개인행동이다. 비엔나에서 개인행동이라니 기쁜 일이다. 밤의 음악회는 정해져 있되 낮은 3일간 자유시간이었다. 그러나 첫날은 테니스, 하루는 와이너리에 갔었기 때문에 나머지는 오늘뿐이었다. 발길 닿는 대로 산책하기로 한다.

벼룩시장에라도 가볼까? 하고 6구의 마리아 비르파 쪽으로 나가기 위해 U2를 이용 칼스 프라츠로. 그런데 지상으로 나와보니 눈앞에 세세션, 분리파 전시관이 돔 위에 "금빛 캬베쓰(실은 월계관)"을 찬란하게 번쩍이고 있지 않은가.
꼭 100년전인 19세기말에 혁신적 작품 발표장으로 만들어진, 분리파 거점으로 되어있는 새하얀 외벽이 새빨갛게 칠해져있는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에 왔을 때 내부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얼른 들어가 봤다. 신작도 있었지만, 크림트가 그린 베토벤의 9번 "환희"를 테마로 한 [베토벤 프리즈]는 압권이었다.

어슬렁거리다보니 야채와 육류를 파는 시장에 접어들었다. 시골에서 먹은 굵은 아스파라거스와 껍질을 벗긴 토끼고기, 커다란 빵 등이 눈길을 끈다. 주부들은 커다란 장바구니를 들고 물건 사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금요일이었다. 표시되어있는 실링을 11배하여 일본 값으로 비교해 보지만, 의외로 일본 값을 모르고 있다는 점에 쓴웃음이 난다. 하긴 단위나 양이 달라 비교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약간 피곤한 듯 하여 길모퉁이 테라스에서 생맥주와 점심을 들었다. 통행인도 그런대로 좋은 안주감이 된다. 가까운 곳에 [피가로하우스]가 있는 것을 지도에서 찾아내어 그곳에 들른 다음 슈테판 사원으로 갔다. 이곳은 새삼스레 말할 것도 없이 모차르트가 결혼식을 올리고, 부악장으로 근무하였으며, 그리고 장례식이 거행되었던 장소이다. 들어가니 때마침 뭔가 의식이 거행되고 있어 오르간이 커다란 가람 가득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장엄함에 못 박히듯 움직이지 못한 채 한동안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몸과 주변 공기의 경계가 확실하지 않은 듯한 묘한 감각에 빠져들었다.

12. 아바도의 베를린 필하모니를 듣다
슈테판사원에서 호텔로 돌아온 나는 목욕을 한 다음 휴식을 취했다. 집에 있으면 이럴 수 없다. 해외여행의 고마움이라 할 수 있겠다. 오늘밤은 크라우디오 아바도 지휘의 베를린 필하모니 연주로, 곡목은 모차르트의 [하프너 세레나도]와 베토벤의 [전원]이었다.

익숙해진 악우협회홀에 7시 좀 지나 도착했다. 아직 밝았다. 오늘밤 포스터에는 [매진]이라는 종이가 비스듬히 붙어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프로그램을 판매원으로부터 구입했다. 32실링, 약 400엔이니 참 싸다. 작아서 포켓에 들어가는 것도 좋았다. 일본 것은 너무 크고 값도 비싸다. 판매원이 많아 프로그램을 사기 위해 줄서지 않아도 되는 것도 맘에 들었다.
다만 오케스트라 연주자와 합창단원 이름이 없는 게 아쉬웠다. 그날 감명을 받은 주자의 이름 정도는 알고 싶은 게 인정이라 생각되는데. 일본 프로그램에는 값이 비싼 탓인지 대개 출연자의 이름이 실려있다.

좌석은 어제와 같은 박스석이었다. 한 박스석에 열명 정도가 앉을 수 있다. 휴게 때 나가려고 했더니 잠겨져 있는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좌석권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기 위함인가.  주자 속에 여성이 있으니 비엔나 필하모니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비엔나 필하모니는 가극장의 오케스트라도 하기 때문에 여성으로는 무리라고 채용을 하지 않는다고 듣고 있었다.

[전원교향곡]은 내가 좋아하는 곡으로, 지금부터 25년 전,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카라얀이 인솔하는 베를린 필하모니를, 신축된지 얼마 안되는 NHK홀에서 감상하던 일이 떠올랐다. 그 때는 내게 있어 최초의 카라얀이었기에 감격적인 밤이었다. 바로 그 곡을 같은 오케스트라로 오늘밤은 아바도 지휘하에 듣는 것이다. 아바도라면 9년전, 비엔나국립가극장의 총감독으로서 일본을 방문, [랑스로의 여행]이라던가 [보체크]를 흔들어 신선한 인상을 주던 것을 잊을 수 없다.

그 아바도가 바로 눈앞에서 지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전날의 무티에 비해 모든 곡에 원숙미를 느끼게 한다. [전원]은 전일 방문한 하이리겐슈타드에서 작곡한 것인데, 4악장의 폭풍 장면은 그가 지닌 격렬한 일면을 보여주고, 종장의 감사하는 마음을 보다 깊이 표현하여 우리들은 감동 속으로 끌어들였다. 연주 후의 박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채, 아바도는 몇번이고 무대로 불려나왔다.

13. 비엔나 최후의 밤
연주회가 끝나고 3일간 다니던 악우협회홀을 뒤로했다. 밤바람이 상기된 뺨에 시원했다. 전차를 타는 사람이 많은만큼 자동차가 적은건지, 인구가 적은만큼 오염이 덜되었는지, 또는 녹지대가 많은 탓인지 도쿄보다 공기가 깨끗한 것 같다.

거의가 많건 적건 감동을 가슴이나 포켓에 담고 삼삼오오 거리로 흩어진다. 나도 피씨친구 가족과 아우그스티나 켈러에 들렀다. 그 곳은 회장과도 가깝고, 감격이 식지 않을만한 거리에 있어 연주회 뒤에 들르기에는 안성맞춤의 장소. 왕궁 한켠에 있었는데, 그 이름은 오래전부터 유명한 노래 [오오 그대, 사랑스런 아우그스틴]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우선 생맥주로 건배. 오늘밤의 아바도지휘에 대한 감격을 서로 이야기한다. N부인과 따님은 일본을 출발할 때만 해도 예정에 없었던 연주회였던 만큼 감격이 남달랐던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오늘밤의 악우협회홀은 베를린 필하모니와 전 비엔나필하모니의 음악총감독으로, 이 악우협회의 명예회원인 크라우디오.아바도를 맞이하여 문자 그대로 [황금의 방]이 되었다. 프로그램의 베토벤 이름 아래에도 비엔니악우협회 명예회원이라고 명기되어있었다.
맞은 편 테이블에서는 지난번에 얼굴을 익힌 주인장이 손님의 희망에 응해, 아코디언으로 슈란멜과 슈트라우스를 켜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S교수 이외의 분들과 전혀 면식이 없었지만 비엔나 음악회에서 함께 만나고, 내일은 또다시 각지로 흩어져 간다. 지금 눈앞에 있는 두사람도, 한사람은 칸사이, 한사람은 미국으로 헤어지게 되는 것이다. 인생 속에 여행이 있는 것인가, 여행 속에 인생이 있는 것인가, 일기이회(一期一會)라는 말이 뇌리를 스친다.

또 여행을 떠나고 싶다. 아니, 떠나자. 인생이라는 레일에서 때로는 하차하여 딴 짓을 해보자. 머지 않아 닥쳐올 종점에 다다르면 할 수 없는 짓이다. 여행이 끝나기 전에 벌써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였다. 내 안에서는 아직도 여행이 이어지고 있었다.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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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 선배님, 안녕하세요?   -   손님글 [客文]


  
옛날 해의 신 아폴로는
이아라는 아름다운 소녀와
양치기 소년 아찌스의 사랑을 몹시 질투했습니다.
아폴로도 은근히 이아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폴로는 이아를 꽃으로 만들어 버렸는데
그 꽃이 바로 봄동산에 가련하게 핀 가냘픈 제비꽃입니다

*         *         *         *         *

유현 선배님!안녕하세요?
선배님댁에 처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왠지 보라색이 어울릴 것 같아서
꽃 하나 찾아왔더니만 게시판 위가 보라색이네요.^^

사실 꽃이름도 잘 모르지만
어쩐지 제비꽃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의 글은 인터넷에서 찾은 글이고요
들으시는 노래는 조동진의 '제비꽃'입니다.
그러고보니 온통 제비꽃으로 도배를 한 것 같습니다.

수안선배님 홈에서 답글 남길까하다가
인사도 드릴 겸,선배님 댁으로 놀러왔습니다.
아래 글들을 읽으니 이렇게 온라인 집까지 돌보아주시는
아드님이 계신 것이 정말 부럽네요.
건강한 봄날 되시기 바랍니다!

참, 선배님 혹시 프라하 여행하신 적 있으신가요?
일전 선배님 홈에서 읽은 것 같아 찾아보니 없네요,
어쩌면 제가 다른 곳에서 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은이영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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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oohyun reply | del   2003.04.23 09:24 신고
    yoohyun ( 2003.04.23 )
    어서 오세요. 아침에 받는 제비꽃 인사, 오늘 하루는 틀림없이 즐거운 일만 가득할 것 같은 예감입니다*^^*
    젊었을 때는 보라색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이 들수록 violet, purple, lavender 가 좋아지네요. 아마도 깊은 맛이 있어서겠죠?
    전 아직 프라하에 못가봤고-_-; 대리 만족하기 위해 번역 사이트에 일본분의 기행문을 번역해 올리고 있어요.
    이영님 다녀오셨으면 한번 읽어보세요, 그리고 혹시 잘못 번역된 곳 있나 찾아보시구요^^ 찾아주어 고맙습니다.
  2. 은이영 reply | del   2003.04.23 20:29 신고
    제가 기행문 쪽에서 찾았으니 없었을 밖에요,^^ 유현 선배님 여행기인가 하였더랬습니다. 오월 말경에 프라하행 계획이 있어서요.
    다시 읽어보니 참 좋으네요, 이번엔 테마가 음악 여행은 아니지만 국립가극장에서 오페라 한편은 꼭 감상하고 싶어요.
    아름다운 도시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서 기대가 많이 됩니다. 그럼 편안한 저녁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