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궁(慶熙宮) 나들이   -   기행문 [紀行文]

   

경희궁(慶煕宮)이 복원되었다는 걸 외국인이 알려주었다.
참 부끄럽고,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날씨가 좀 더웠지만, 일본문화원에 책 반환도 하고 궁도 찾아가보자 마음먹고
서둘러 외출 준비를 했다.

예전 서울고등학교 자리라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무작정 택시에서 내려
양산을 받쳐 쓰고 더듬어 올라가는데, 영 느낌이 궁궐 가는 길 같지가 않다.
마주 오는 젊은 남성에게 물었다
‘이 위로 올라가면 뭐가 있나요?’
‘주차장인데요’
‘그럼 경희궁은 어디 있나요?’
‘주차장을 지나 곧장 가셔서 끝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시면 나옵니다.
바보처럼 묻는 내게 그 청년은 손으로 방향까지 가리키면서 친절하게 일러주었다.

한참을 걸어 앙상한 좁은 돌계단을 기어 올라가니 궁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폭우로 내리막길이 패여 모래주머니로 메워 놓은 길을 조심조심 내려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주위를 돌아보니 오른쪽 까마득한 계단에서 대학생인듯 싶은
젊은 남녀 한 떼가 내려오고 있었다. 저기를 올라가야 하나? 내려오다 굴러 떨어지면...?  
맨 뒤에 교수처럼 보이는 중년 남성에게 또 바보같은 질문.
‘저 위에 무엇이 있나요?’
‘아, 네. 아직은 아무것도 없구요, 궁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잘 다듬어 놨어요‘
아 살았다, 십년감수했네 ^^

경희궁은 1980년에 사적 제271호로 지정되었다는데, 그리 넓은 편은 아니었다.
1616년(광해군 8) 건립 당시에는 경덕궁이라 했으며, 1760년(영조 36)에 경희궁으로
개칭되었다고 한다. 두산백과사전을 인용하자면, 경희궁에 임금이 거처하기 시작한 것은
인조 때부터로, 이괄의 난으로 창경궁이 불타자 1624년 2월부터 왕은 경희궁으로
거처를 옮겼고. 이때부터 경희궁은 280여년간 창덕궁과 더불어 여러 왕들의 거처가
되었는데, 1910년 국권피탈 직전에 일본인들에 의해 강제 철거되었다.
이 궁에는 회상전, 융복전, 집경당, 흥정당, 숭정전, 흥화문, 황학정 등이 있었으나
융복전과 집경당은 없어지고, 나머지 건물 중 회상전은 조계사로, 흥정당은 광운사로,
숭정전은 조계사에서 동국대학교 안으로, 황학정은 사직공원 뒤로 옮겨져 보존되고 있다.
1988년부터 서울시에서 부지를 매입, 복원작업이 시작되었고, 2001년 현재 궁궐터는
원래 모습을 찾지 못했지만, 숭정전과 회랑, 흥화문은 복원되었고, 앞으로 발굴 조사를
계속하여 복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아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방문객이 드물어 한적하고 조용했다.
崇政殿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더니 고운 중년여인이 다가와 팸플릿을 건네주며
‘방문 감사합니다’ 생긋 웃는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선 나이 든 여자가 홀로
고궁을 찾는 게 기특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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