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의 해외나들이   -   기행문 [紀行文]

언제부터 계획했는지 틈만 나면 컴퓨터로 여행에 관한 걸 찾아보고 있던 딸이

엄마 생일선물로 일본여행 시켜준다면서, 여권이 만기됐다고 사양하는 나를 설득하여

구청에서 단기여권을 내도록 한 게 3월이었던가.

일본의 호쿠리쿠(北陸) 지방만 못가보았다는 엄마의 원을 풀어주고자, 그쪽의 온천과

바다를 실컷 볼 수 있는 45일 여행 스케줄을 짜놓았다면서, 예약해 놓은 호텔까지

화면으로 보여주는 데는 놀랐지만,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해서

529일 부터 6월2일 까지 내 생애 마지막 해외여행을 만끽하고 돌아왔다.

 

새벽 6시에 집에서 출발, 아시아나항공으로 센다이(仙台공항에 도착한 것이 12시 반,

기차로 센다이역까지 간 다음, 다른 홈으로 이동해 나루꼬(鳴子)온천 행 기차를 갈아타야

하는 일이 낯설어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무사히 오오에도(大江戶)온천 여관 마스야

도착하니 오후 4시가 되었다.

우선 넓은 온천장에서 피로를 풀고, 2층 대식당으로 올라가 맘모스 뷔페 저녁을 먹었는데,

월요일인데도 웬 손님이 그렇게나 많은지, 하긴 거의가 노인들과 젊은 커플이고 단체여행

팀들이 여럿 눈에 띄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나섰는데, 한길에 갖가지 가게는 늘어서있었으나 인적이 드물어

좀 겁이 나기도 해서 일찍 발길을 돌렸다.

 

이튿날 새벽온천을 한번 더하고 10시에 체크아웃, 마츠시마(松島)로 이동하는데, 기차

창너머에 펼쳐지는 초봄의 절경은 시간을 잊게 만든다. 12시 좀 지나 도착, 택시로 호텔

젯케이노야카타(絶景)’에 도착하여 우선 트렁크를 맡긴 다음, 딸아이가 찾아놓은 유람선

승선장으로 걸어가는데, 눈앞에 펼쳐지는 태평양에 매혹되어 다리 아픈 줄도 몰랐다.

바쇼(芭蕉)가 오쿠노호소미치(細道)에서 절찬을 했다던가, 아무튼 유람선으로 한 바퀴

돌면서, 크고 작은 푸른 섬이 떠있는 바다를 만끽했다.

바닷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이번 호텔은 규모가 작아 온천도 자그마했으나, 노천탕은

말할 것도 없고, 첫째 매끈한 물이 온천기분을 북돋아준다.

다음날 아침 첵크아웃하고 호텔차로 어제와 다른 해안역에 도착, 트렁크를 로커에 넣고

또다시 바닷가로. 빨간 다리로 이어진 웅도(雄島)에는 뢰현이라는 중의 비가 육각형

초당 안에 세워져 있었고, 빽빽한 거목들 사이로 보이는 바다에는 유람선이 지나가고...

그림 같은 풍경을 모녀는 넋을 잃고 한참동안 바라보았지....

예약해 놓은 센다이의 워싱턴호텔은 역 건너편 가까운 곳에 있었다. 미리 인터넷으로

숙박비까지 지불해놓은 상태라 간단히 체크인, 룸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고 밖을 내다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종일 센다이 명소를 구경할

계획이었는데... 맥이 빠졌으나 암튼 1층 식당에서 아침을 먹은 다음 우산을 들고 나섰다.

시내의 주요관광지를 순회한다는 루풀 센다이를 타기 위해 역 앞의 버스 정류장엘

가야 하는데, 모두 육교로 연결되어있어 감히 나설 수가 없다. 물어물어 역 지하로 돌아

겨우 승차할 수 있었지만, 가랑비에 예정한 곳을 다 보면서 내렸다 탔다 할 수나 있을는지...

우선 즈이호덴(瑞鳳殿) 앞에서 내려 다테마사무네(伊達政宗)의 묘를 보러 가는데, 비는 오고

길은 45도 경사, 다리에 자신 없는 나는 겨우 대문 앞에 도달, 사당 앞 계단을 오를 자신이

없어 딸아이만 돌아보게 하고 난 지붕 밑에서 서성거렸다. 삼나무 숲이 우거진 그 일대를

눈으로만 확인하고는 다시 버스를 탔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구불구불 울창한 숲길,

그 속의 대학건물 등을 바라보면서 관광을 즐긴 다음, 시내 번화가에서 하차해버렸다.

예전처럼 쇼핑에 관심도 없고, 헌책방도 눈에 띄지 않아, 필요한 약과 소품 등을 구입한 후

센다이도 대도시구나 감탄하면서 멋진 양식집에서 저녁식사를 마쳤다....

 

이렇게 해서 45일의 일본 북부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와 트렁크도 열지 않고 드러누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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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ean reply | del   2017.06.06 00:57 신고
    Welcome Home!
    며칠 푹 쉬라고 들어와 보지 않았더니 어느새 여행기까지 올려놓았군요.
    평안히 잘 다녀와서 반갑고 고마워요.
    우선 쌓인 피로부터 털어내고 다시 연락하자고요.
    속깊은 혜열이 수고 많았다.

    6월이 가기 전에 다정한 모녀 한번 보고싶네요.
    • yoohyun del    2017.06.06 21:03 신고
      생애 마지막 해외여행(?!) 즐겁게 다녀왔습니다.
      체력 달리는 줄도 모르고 실컷 구경하러 돌아다녔지요.
      에피소드는 만나서 이야기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