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일본 단편 소설입니다   -   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행복한 빛미사키 아키  (しあわせな光-三崎亞記)

창으로부터의 빛. 따스한 반짝임이 눈 아래 가득했다. 나는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서서 손에 든 쌍안경을 양 눈에 대고 퍼져나가는 빛 속에서 언제나 처럼

하나의 빛을 찾기 시작한다. 그것은 나의 집에 밝혀지는 불빛이다. 쌍안경의 초점을 맞춘다.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오늘밤은 어떤 광경을 볼 수 있을까. 그곳에는 해수욕 팬티를 입고, 

수영 튜브를 손에 들고는 방 안을 뛰어 다니는 내가 있었다. 여덟 살쯤인가. 그 옆에는

낚싯대를 한 손에 들고 장치 준비에 여념이 없는 아직 젊은 아버지. 그리고 뛰어다니는 나를

야단치듯 웃으면서 가로막아 안아버리는 에이프런 모습의 어머니. 맞다, 양친과 함께 해수욕에

가려는 전날 밤, 나는 너무도 좋아서 다음날 아침까지 도저히 기다릴 수 없다고 저렇게 수선을

피웠더랬지.

어떻게 언덕 위에서 이러한 광경이 보이는지는 모르겠다. 이 일을 알게 된 것은 단순히 우연이었다.

그날도 나는 저녁을 먹은 뒤의 산책으로 이 언덕에 올랐던 것이다. 모퉁이 편의점에서 세번째 집

왼쪽... 무심코 내 집을 찾았더니, 분명 전기를 끄고 왔을 터인데 불이 켜져 있었다. 게다가 눈을

크게 뜨고 보았더니, 그 곳에 움직이는 사람 그림자가 있는 것이다.

열여덟에 교통사고로 양친을 잃은 후 10년 동안 계속 혼자 살고 있다. 아무도 있을 리 없다

 산책을 중단하고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는 물론 불빛이 없고, 아무도 있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나는, 다음날, 이번에는 쌍안경을 가지고 언덕에 올랐다. 역시 그날 밤도 집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쌍안경으로 들여다보니 어린 나와 양친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밤이 되면 쌍안경을 손에 들고 자주 언덕을 찾는 가운데, 나는 어렴풋이나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어찌되었든 이 언덕 위에서는 양친이 살아있었을 때의 그리운 광경을 창문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알고부터는, 저녁을 먹은 후 쌍안경을 들고 이 언덕에 오르는 것이

일과가 되어버렸다. 불빛 속에 나타나는 것은, 감기로 누워있는 나와 간호하는 어머니라든가,

부모와 내가 작은 케이크를 둘러싸고 있는 나의 생일날이든가, 아무튼 연도나 계절은 각각이나

모두 나의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행복한 추억뿐이었다.

생각해 보니, 계속 혼자서 살아온 내게 있어 창문으로부터의 빛은 따뜻한 가족의 행복을 상징하는

것들이었다. 장학금으로 대학을 다니고, 틈만 나면 하는 아르바이트에,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던

나날들. 사회인이 되어서도 잔업의 매일매일. 나를 맞이하는 건 불이 밝혀져 있지 않은,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집이었다. 밤에,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집집마다 창에서 쏟아지는

따뜻해 보이는 빛을 올려다보면서 난 늘 고독했다. 어쩌면 그러한 생각이 내게 이런 광경을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언제나 처럼 언덕에 올라가, 쌍안경으로 우리 집 불빛을 찾아보았더니, 떠오른 광경은

평소와 조금 다른 것이었다. 창 안에서는 모르는 여성이 에이프런을 두르고 저녁준비를 하고 있다.

어머니가 아닌, 내가 알지 못하는 젊은 여성이다. 그 옆얼굴은 처음 보는데, 왠지 그리운 듯한

아름다움으로 가슴에 강하게 다가왔다. 이윽고 그곳에 지금 막 돌아온 듯 한 남성이 양복 입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아버진가 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모습은 지금보다 약간 나이가

든 나 자신 같았다. 왠지 지금까지 과거의 그리운 추억만을 비쳐온 창의 불빛이, 오늘 밤은 미래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그리고 또 한사람, 빛 속에 작은 등장 인물. 세 살쯤 된 단발머리

귀여운 여자아이다.

여자아이는 어서 오라는 듯 나에게 달려들었다. 빛 속의 나는 여자아이를 안아 올리며 앞치마

모습의 여성에게 다가갔다. 따뜻한 불빛 속에서 세 사람은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참으로 행복한 듯..

그날을 마지막으로, 언덕 위에서 바라봐도 나의 집 창에 불빛이 비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풀 섶에 앉아 집집의 불빛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었다. 창문 하나하나로부터

다가오는 작은 빛이 내게 행복을 던져주는 듯, 행복을 빌어주는 듯 그러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더욱이, 나의 집 창으로부터 그런 따스한 빛을 던져주게 되는 일도 그다지 먼 날의 일은 아니리라.

왜냐하면 난 오늘 만났으니까. 빛 속에서 내게 기대어 있던 그 여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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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ean reply | del   2016.04.03 18:11 신고
    성인 동화?
    끝까지 철이 들지 못할 것 같은 이 노친네는
    아직도 이런 글에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仕様がないったらありはしない.
    (구제불능의 뜻으로 쓰고 싶은데 어찌 쓰는지 알려주세요, 선생님!)
    • yoohyun del    2016.04.04 17:18 신고
      앞서 메모한 "バスジャック" 라는 책 속의 한 단편인데
      제일 짧으면서도 거슴에 와 닿는 글이었어요. 다른 건
      어찌나 황당하던지... 궁금하면 다음에 책 빌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