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村上春樹)의 21일간 터키 일주 (7)   -   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바르틴 거리에서 그만 해가 지고 말았다. 아마슬라까지의 길을 알 수가 없어 주유소에 있는 두 젊은이에게 물어보자, 따라오시오, 하고는 도중까지 소형 트럭으로 선도해주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똑바로 가면 되요. 바이바이그러고는 되돌아갔다. 터키인은 뭐니 뭐니 해도 친절한 인종이다. 유럽에서 터키로 들어서면 처음 한동안 사람들의 대응에 당황하게 된다. 유럽인과 터키인에 있어 친절이라는 관념의 정의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길을 물어도 물론 사람들은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하지만 터키인의 친절함이란 그 정도가 아니다. 그들은 철저하게 최후의 최후까지 길을 가르쳐준다. 차에 타고 있는 사람에게 물으면 차로 선도해 주고, 걷고 있는 사람에게 물으면 우리 차에 선뜻 올라타서는 그곳까지 안내해준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게 왕왕 상당히 먼 거리인데 - ‘여기요라고 말하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걸어가 버린다. 그건 일본인의, 어쩌면 서구의 감각으로는 완전히 친절이라는 분야를 뛰어넘고 있는 것이다. 정직하게 말해 이런 식 친절에 약간 난처해지는 일도 없지 않았다. 큰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한데, 어떤 경우 그것은 우리 방식이나 사고와는 맞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그런 식의 말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터키 시골에서는 상식적인 범위 안에서의 친절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당연한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무상으로. 그런데 길을 묻자 상대가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타면, 그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마슬라에서는 레스토랑 위에 있는 펜션에 숙박했다. 요금은 일인당 350. 이곳에는 호텔도 없고, 주유소마저 없다. 짧은 관광 계절은 이미 끝나버려, 우리 이외에 숙박객도 별로 없어 8인용 룸에서 둘이 잤다. 좁고 긴 확대 복도 같은 방에 침대가 8개 늘어서있고, 어디에서나 자도 좋다고 한다. 어딘가 이상한 방이었다. 창으로 바다가 보이긴 해도 그건 이미 싸늘한 가을 바다 풍경으로, 해가 지자 공기가 갑자기 차가와 진다. 겨우 일주일전까지 우린 에게해에서 땀을 흘리며 새카맣게 탄 채 수영을 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수가 나와야 될 공동 샤워에서는 찬물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지쳐있었고 항의하는 것도 성가셔서 그냥 묵묵히 찬물로 몸을 씻었다. 아래층 레스토랑에도 사람 그림자는 없었다. 둘이서 그릴한 생선을 한 마리씩 주문하고, 백포도주를 한병 마시고, 샐러드를 먹었다. 무척이나 신선한 생선이었다. 유명한 흑해의 정어리는 없느냐고 묻자 그건 여름에 끝나버렸어요, 라고 웨이터 소년이 대답한다. 계산은 1400엔이었다. 식사 후 밖으로 나가보았지만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거리였다. 가장 큰 점포는 프로판가스점으로, 상점 앞에 크고 작은 다양한 가스봄베가 쌓여있었다. 윈도우 쇼핑에는 맞지 않는 거리였다.

 

아침에 일어나자 동네 아저씨들이 우리가 세워 놓은 미쓰비시 파제로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당신들 차요? 하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보닛을 잠깐 열어봐주지 않겠느냐고 한다. 열어주자 모두들 잡아먹을 듯이 엔진, 전기 계통 등을 노려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이것저것 열심히 그에 대한 논평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한번 차를 구입하면 스스로 손질을 하면서 끝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당나귀처럼 죽을 때 까지 쓰고, 죽으면 껍질을 벗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계에 대해서는 무척 잘 아는 모양이었다.

 

아마슬라에서 시놉까지의 길도 굉장한 악로(惡路)였다. 산이 바다로 튀어나와 해안선은 대부분 절벽으로 되어 있었다. 칼라스에서 시놉까지는 정말로 소박한 지역이다. 산과 산 틈새에 끼워 넣은 듯 조그마한 거리와 어촌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흑해의 서쪽 연안에는 산업다운 산업도 별로 없고, 이 근방 인구의 30프로는 독일에 돈을 벌러 나가있다. 전에 베를린의 터키인거리에 간 적이 있는데, 그곳은 완전히 터키 그 자체였다. 그들은 독일 공장에서 일을 하여 터키에서는 귀중한 외화를 가지고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동네에 남아 일하고 있는 대부분은 노인이나 젊은 처녀나 아이들이다. 아무튼 가난한 지역인 모양인데, 이상하게도 어둡지는 않았다. 반대로 온화한 공기와 함께 여유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한가로운 조용한 흑해의 풍경과, 사람들의 생활상이 잘 조화되어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시놉

시놉 자체는 별로 재미있는 도시는 아니다.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태어난 장소로 유명하지만 전설과는 달리 실제로 디오게네스는 목욕통 안에서 살지도 않았고, 알렉산더 대왕과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놉은 터키의 최북단 도시다. 볼 게 거의 없다. 쇠퇴한 항구와 남은 성벽이 있었다. 바람이 약간 차가왔다. 이곳 호텔에도 손님은 거의 없었다. 밤중에 호텔이 갑자기 정전되었다. 로비에 내려가 보니 프런트의 남자가 스쿨이지 할아범처럼 촛불 아래서 하루의 매상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다지 가슴을 따뜻하게 해줄 요소가 보이지 않는 동네였다.

 

바프라

이곳에서 잠깐 쉬면서 점심을 먹었다. 은행 경비원 아저씨에게 이 근처 어딘가에 맛있는 로칸타가 없는지 물어보니, 어김없이 따라오시오라고 말하고는 그대로 걷기 시작한다. 할 수 없이 그 뒤를 따라갔다. 10분쯤 걸었다고 생각된다. 아저씨는 한 가게 앞에 서더니 여기요라고 한다. 고맙다고 말하자 아뇨 아뇨하면서 돌아갔다. 친절에는 그저 감사할 수밖에 도리가 없지만, 도대체 그 동안 은행에 도둑이 들면 어쩌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 가게에는 케밥과 양고기를 넣은 납작한 파이밖에는 없어 양고기에 약한 우린 기가 막혔다. 파이는 바로 구워 뜨거웠으나 고기에서 날내가 나고, 향신료가 너무 진했다. 그래도 그 지방 사람들 사이에서는 인기 있는 가게인 모양. 모두들 맛있소?’ ‘맛있지요?’ 하고 묻기 때문에 남길 수도 없어 맛있는 얼굴을 하고 다 먹었다. 맥주를 주문하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맥주는 없어 별로 차지도 않은 콜라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바프라 길가에는 강이 흐르고 있고, 그 끝이 바다까지 계속 기다란 곶으로 되어 있다. 강을 따라 한참을 가니 길이 없어졌다. 그래도 바퀴자국을 발견하고 그것을 따라 얕은 흐름을 건너자 그 앞으로는 이상한 느낌의 전원풍경이 펼쳐졌다. 길은 구멍이 뻥뻥 뚫린 진창길이었다. 띄엄띄엄 농가가 보이나 그 와에는 그저 테이블 같이 남작한 토지가 펼쳐져 있다. 땅은 보기에도 비옥해서 수목과 풀의 초록이 선명했다. 길을 양떼와 소와 오리가 한가로이 질러간다. 물웅덩이 같은 습지도 있었다. 25킬로 정도의 길이었는데, 그 동안 만 난건 개를 끌고 가는 양치기 한사람뿐이었다.

 

길의 막다른 곳에 흑해에는 드믄 훌륭한 백사장이 펼쳐져있었다. 그리고 백사장 너머에는 조용히 잠든 흑해가 펼쳐져있었다. 그 끝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똑바로 가면 소련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아름다운 등대가 있었다. 바람이 강해 모래밭의 풀이 나지막한 소리를 내면서 흔들리고 있다. 겨울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는 듯, 등대 가까이에는 장작으로 쓸 검은 목재가 쌓여있었다. 커다란 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에게해에서 차로 반나절 거리밖에 안되는데 완전히 별세계에 온 듯한 생각이 들었다.

 

샘슨

인구 25, 교통의 요소로서 흑해 최대의 도시다. 공항도 있다. 그러나 기가 막힐 만큼 재미없는 도시였다. 그저 크기만 하고 시끄러울 뿐이었다. 제대로 된 호텔도 몇 개 있었다. 그곳에서 일박을 했는데, 그저 잠만 잘 도시였다. 저녁에 도착해서 아침 일찍 출발했다.

 

트라브존

이곳은 비잔틴 시대의 흔적이 남은 꽤 재미나는 도시다.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고, 동로마제국이 멸망한 후에도 이 도시만은 크리스트 교도가 지배하는 트레비존 왕국으로서 한동안 살아남았다고 한다. 오래된 거리가 아직도 남아있다. 하지만 이 거리에 대해 내가 기억하는 건 그다지 역사와는 관계없는 것뿐이다.

 

한밤중에 두 사람의 경관이 술 취한 청년을 마주치자마자 때려눕혔다. 이유는 불명.

아침 다섯시에 모스크의 첨탑(미나레트)에서 확성기로 내보내는 기도로 단잠을 깼다. 설마 확성기로 새벽바람부터 기도 같은 걸 하는 줄은 몰랐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게 도대체 뭔가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스피커의 음량은 일본의 우익 선전차만 했다. 그것이 첨탑 끝에 4, 사방을 향해 달려있다. 그러니까 만약 아침잠을 푹 자고 싶으면 모스크 가까이의 호텔에 묵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아침을 먹고 나서 거리를 산책하고 있었더니 구두 닦기 소년이 다가와서 내 흰 스니커를 닦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흰 스니커를 도대체 어떻게 닦는지 흥미로웠으나, 만약 엉망으로 만들어 놓으면 큰일이라 싶어 (아마도 그렇게 됐을 게다) 거절했다.

 

터키라는 나라의 어떤 부분은 좋은 뜻으로든 나쁜 뜻으로든 확실히 내 상상력을 능가하고 있다. 그리고 트라브존은 무척이나 구둣방이 많은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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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ean reply | del   2014.07.28 22:37 신고
    좋은 글을 쓰려면 이런 재미없는 곳에도 다녀와야 하는 것일까?
    역시 나는 소설가는 안 되겠네요.
    알랙산더 대왕에게 햇빛이나 가리지 말라한 디오게네스의 이야기라도
    사실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오래간만~~~
    어제 수민인 벤쿠버로 돌아가고 그 엄마 아빠는 아직 나와 동거 중,
    며느리와 둘이서 오손 도손 산 기간이 제법 되다 보니 정말 반갑고 편해서 좋으네요.
    세상을 보는 눈도 비슷해서 함께 부조리 성토하기도 마참하고요.

    올해는 월복을 안해서 열흘만 있으면 말복이군요.
    선선한 날도 머지않아 다가오리니 잘 참고 견뎌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