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한가윗날   -   잡문 [雜文]

밤하늘에 두둥실 뜬 보름달을 보셨는지요.


전날 종일 차례상 준비로 과로를 한 탓인가 봅니다.

추석날 아침나절은 차례 지내고 어쩌고 하느라 부산을 떠는 통에 몰랐는데

점심을 먹고 나니 몸이 젖은 솜처럼 무겁고 흠씬 두들겨 맞은 듯 쑤십니다.

책이라도 읽어볼까 소파에 누워 펴들었지만 채 한 장도 넘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에 빠져버렸습니다.

 

부시시 일어나 텔레비전 드라마 재방송을 보고, 오락프로 쇼프로도 보고...,

느지막하게 저녁을 조금 먹었지만 점심에 차례음식을 이것저것 많이 먹은 탓인가

뱃속이 더부룩하고 컨디션이 엉망입니다. 안되겠다 싶어 딸아이를 꼬드겨

디카를 들고 가까운 대학 캠퍼스로 산책 겸 보름달 촬영에 나섰지요.


휴가로 모두들 고향에 돌아갔는지, 해외로 여행을 떠났는지, 캠퍼스 안은 차분했고

중천에 뜬 보름달만이 싸늘한 밤바람에 하얗게 질려 있었습니다. 한가위 보름달은

늘 일년중 가장 크고 노오랗게 이글거렸는데, 왜 올해는 저리 높이 작게 떴는지....

딸아이와 팔짱을 끼고 잔디밭 사잇길을 천천히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나무 밑

벤치에 앉아 달을 올려다보면서 옛날이야기를 나누고, 생각나면 디카를 치켜들곤

캠퍼스의 라이트를 후레쉬 삼아 달에 대고 셔터를 누릅니다.


눈이 나쁜 딸아이가 달이 둘로 보인다고 하는데, 내 눈엔 셋으로도 보이고

흔들흔들 춤을 추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안과에 다시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잠시 서글퍼지더군요.

‘저 달에게 빌면 눈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지도....’

황당한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하르르 떨고 있는 달을 올려다봅니다.


이렇게 올 한가위를 마무리했습니다. 참 내 삶은 소박하게도 흘러갑니다.

秋手紙 1 

       羅ホヨル

あなたの思いで秋が深まります

隠しきれずに染まってゆく

あの樹葉のように

そっと

あなたの心行く道

やつれた月が昇ります


가을 편지 1

        나호열
그대 생각에 가을이 깊었습니다
숨기지 못하고 물들어 가는
저 나뭇잎같이
가만히
그대 마음 가는 길에
야윈 달이 뜹니다

 

十月 

               皮千得

友に会い

垣根の外に出ると

秋が清らか

コスモス 

黄色いポプラは

青い空へ


시월 

             피천득

친구 만나고

울 밖에 나오니

가을이 맑다

코스모스 

노란 포플러는

파란 하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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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에버걸 reply | del   2012.10.03 17:49 신고
    가장 멋지게
    가장 값지게
    시간을 요리하는 그대
    이렇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것

    나는 그리 하지 못하지만
    소박한 나날이 가장
    훌륭한 노후의 삶이라
    이몸은 생각합니다

    아무 가치 없는 바쁜 일정
    백제 아무 소용이 없는 거
    모르시나요?

    그냥 주어진 일
    거역함이 더 어려울 듯 싶어
    나는 소박함을 원하지만
    그저 순응 할 뿐이랍니다
    에그그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