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날에...   -   잡문 [雜文]

여름내 가을을 애타게 기다렸건만 막상 가을을 맞이하니
반가움은 잠깐, 볼을 스치는 싱그러운 바람도, 끝간데 없는 푸른 하늘도,
파란 빛을 업고 훨훨 나르는 깃털 구름도, 점점 시들해집니다.

그리고, 이제 겨울을 예고하는 밤바람에 겉옷 단추를 잠그면서,
아아, 이 가을도 세월처럼 덧없이 가는구나, 쓸쓸함이 밀물처럼 다가옵니다.

이틀만 지나면 동짓달, 또 한해가 기울어갑니다.
어제도 그제도 늘 그랬듯이 집안일을 하고, 밝은 햇빛 아래서 책을 읽고,
반짇고리를 꺼내 터진 옷을 꿰매고, 해 떨어지면 산책을 나갑니다.
그러면서 따라주지 않는 몸에 채찍질을 합니다. 나이는 숫자일 뿐
마음으로 젊음을 지키자,  아니 젊음을 되찾으려 애써보자.
즐겁게, 활기 있게,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자, 하면서요
아아, 그런데 이 저무는 가을이 나를 맥 떨어지게 만듭니다.  

동짓달이 오면 대순가, 섣달이 또 있는데, 아직도 올해는 예순날이나 남았는데...
자꾸만 가라앉으려는 마음을 밝은 쪽으로 돌려세웁니다. 하지만,
창밖으로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는 내 허전한 마음은 양발을 버티고 서서
영 돌아서려들지 않는군요.


허성욱시인의 ‘가을의 저 깊은 밑바닥으로’가 마음에 와 닿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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