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츠마반도(薩摩半島)의 최남단까지....   -   기행문 [紀行文]



1997년 11월에 가졌던 남큐슈 단체여행때의 메모와 사진이 나왔다.
훑어보니 어제일같기도 하고 까마득한 옛일 같기도 하다. 새로 바뀐 동창회장과 임원들이
주선했는데, 상당히 많은 친구가 참석해서 버스 두대로 이동했던 기억이 난다.
스케줄을 살펴보니,
첫째날 - 11:20분 가고시마 국제공항 도착, 중식 후 키리시마로 이동, 에비노고원 관광,
        미야자키로 이동 후 평화대 오션돔 관광
둘째날 - 오전에 시기신사 견학, 아오시마 관광, 오후에 선인장공원, 우도신궁, 사쿠라지마
       관광후 페리로 가고시마를 거쳐 이브스키로.  호텔에서 천연 모래찜질 및 온천
셋째날 - 오전에 나가사키 바나 파킹가든관광, 이케다 호수, 무사저택 관광, 오후에
      가고시마로 이동, 이소정원, 시로야마 난슈신사, 심수관 도자기촌 관광.  
      저녁은 총회겸 만찬
넷째날 - 오전 비행기로 귀국
결국 만 이틀반동안의 관광여행이었다. 8년이란 세월이 흘러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첫째로 가고시마 국제공항이 뜻밖에 협소했다는 것과, 에비노고원이 황량하기만 했던게
머리속에 남아있다.
오션돔에서는 갑자기 밀어닥친 관광객을 소화하지 못해 주문한 우동정식이 거의
한시간만에 나오는 통에 지참한 핫팬츠는 백속에서 잠 자고, 인공해수욕장 물에 발 한번
담가보지 못한 채 돌아왔다.   

다음날 사보텐공원에 갔을 때의 일이 생각난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가는데,
하필이면 중년의 일본남성 그룹이 자리한 맨뒤에 앉게 되었다. 미쳐 못탄 밖의 친구들이
손을 흔들며 야유를 하니까 몇몇 일본인들도 덩달아 한마디씩 한다. 옆자리의 노신사가
멋적은 듯 어디서 왔느냐고 영어로 묻기에 서울에서 왔다고 일본어로 대답을 했다.
그는 친구들과의 단체여행이냐, 며칠간의 여행이냐 등 몇마디 묻더니, 일행을 향해
이 분은 영어 일어를 다 알아들으니 말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모두는 조용해졌고,
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동산 하나가득 메운 갖가지 선인장을 관상할 수 있었다.

 

우도신궁으로 향하는 니치난 해안도로는 한 일본인 독지가가 사재를 털어 조경을
했다던가, 아무튼 남국의 정취를 흠뻑 느끼게 해주는 환상적인 길이었다.
도중에 [도깨비의 빨래판]이라 불리는 특이한 물결무늬 바위가 나타나기도 했다.

 우도신궁까지 걸어가는 길은 땡볕에 오르락 내리락 계단도 많았다. 바다를 향한
동굴 속에 세워진 주황색의 작은 신궁을 둘러 보고, 눈밑의 거북이모양 바위에
동전을 던져 새끼줄 친 움푹한 곳에 들어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기에
시도해 보기도 했다(물론 안들어갔지만).
 
이브스키로 향하는 페리에 올라 갑판에 오르니 싸늘한 바닷바람이 온몸을 움추리게
한다. 모두들 바싹 붙어앉아 멀어져가는 불빛을 바라보면서 바다노래를 불렀었지.
호텔에서의 모래찜질은 기대했던 달빛 아래 모래사장이 아닌 천막속이어서 왕실망.
미리 파 논 구덩이에 들어누우면 남정네가 인정사정없이 시커먼 모래를 쏟아붓는데,
온천수를 머금은 모래가 전신을 감싸 피로가 단숨에 풀리는 듯 했지만 가슴을
짓누르는 모래무게 때문에 얼마 못버티고 일어나고야 말았다.

셋째날은 사츠마반도의 최남단이라는 나가사키바나와 이소정원 관광.
이케다호수에 커다란 뱀장어가 산다던가, 큐슈 최대의 호수라는데,
늦가을이라 꽃도 없고 그저 쓸쓸하기만 했다.
오후에 심수관 도자기마을을 관광했다. 먼저 방문했을 때는 심수관씨 부인이
나와 인사해주더구만 이번에는 아무도 내다보지 않고, 친구들도 시큰둥한 표정이라
안타까왔다.

마지막 저녁은 총회겸 만찬회, 모두 예쁘게 단장하고 파티를 즐겼다.
그날 친구와 둘이서 열심히 연습한 加山雄三의 ‘君といつまでも'를 불렀는데,
남성의 노래라서 키가 맞지않아 음을 올렸다 내렸다, 아무튼 톡톡히 망신을 했다.
그래도 상으로 로션을 하나 받았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들이 사진 속에서 살금살금 기어나와 행복을 곱씹어보게 해준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