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은 내 생애 최고의 해   -   기행문 [紀行文]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개최되어서가 아니다. 오랜 세월을 두고 갈망하던
유럽여행을, 그것도 3주간에 걸쳐 무려 8개국을 돌았기 때문이다.

4월 하순의 화창한 봄날 우리 일행 12명은 김포공항에서 에어프랑스에 몸을 실었다.
나리타공항 알라스카공항을 거쳐 근 20시간만에 드골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감격!
잠 한잠 못자고 도지개를 켜다 새벽에 내렸건만 벅차오르는 기쁨에 그대로 나를것만 같았다.

버스를 타고 스무하룻동안 8개국을 돌았으니 당연히 황당한 해프닝도 생기기 마련,
가장 끔찍했던 일은 떠난지 며칠 안되어 눈의 모세혈관이 터져 눈이 충혈되는 바람에
봉사처럼 잠잘 때만 선글라스를 벗었던 일이었다. 그래도 친구들만의 코치여행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세느강 유람선, 얼굴 타는줄도 모르고 강한 햇볕 아래서 저건 노틀담사원, 저건
루블박물관, 저건 뽕네프다리... 똑똑한 친구들은 갑판을 피해 선실에서 즐겼다더구만.
아무튼 그날로 얼굴이 새카맣게 탔다.

스페인 바르세로나에서 투우를 관람했다. 날씨가 좋지않아서인가 관람석이 썰렁하다.
투우라는 게 영 찜찜한 경기, 황소 등에 수없이 창을 꽂아놓은 다음 막판에
마타도어가 양미간에 칼을 꽂는, 참으로 비열한 게임이다.
그걸 보면서 열광하는 스페인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인상적이었던 골목안의 피카소박물관. 그때부터 눈에 이상이 생겨 선그라스 너머로
그림을 감상할 수 밖에 없었지만, 초기의 그림은 너무나도 아름다왔다.

호텔에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 식사 때 스프가 소태처럼 짜기에 스페인 가이드에게
귀띰해주었더니 다음날은 아예 맹탕 스프를 내왔다.

파리의 날씨는 의외로 싸늘하여 친구 베스트를 빌려입고 추위를 모면했는데,
로마는 한여름 기온, 탱크탑만 걸치고 온종일 유적지를 돌았다. 바티칸과 시스틴성당을
보고나자 크리스쳔도 아닌 주제에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니스 피렌체 밀라노... 쾌청한 날씨가 이어져 유명한 유적지는 다 돌았지만
이동 거리가 만만치 않아 오전은 버스안에서 보내고 오후 몇시간동안 그야말로
마라톤 관광을 하니 성당 박물관 광장, 그 모두가 한데 엉켜 머리속이 정리가 안된다.
       

인터라켄에 오를 예정이던 것이 전날의 악천후로 도로가 막혀 티틀리스로 코스를 바꿨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알프스의 장관! 5월인데도 눈덮인 산등성 사이로 콩알만한
스키어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 안내원이 케이블카의 한부분을 무의식중에 눌렀는지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는 해프닝도 일어났고,  일행을 잃어버려 질끔거리는 서양여자를
우리의 리더이며 해결사가 하산하여 거뜬히 찾아주기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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