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토(能登)반도의 추억   -   기행문 [紀行文]

7∼8년전인가보다. 죽기 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혼자만의 여행을 감행했던 것이.
여행은 혼자 해야 제맛이 난다는 매니아들의 이야기를 몸소 체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
  김포공항도 잔뜩 흐려 있더니 코마쓰(小松)공항에는 봄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었다.
우선 안내소를 찾아 가나자와(金澤)로 가는 교통편을 물어야하는데 과연 입이 떨어질지 걱정이 태산이다.
눈에 띈 안내 데스크 앞으로 가 웅얼웅얼거리자 안내양은 용케도 알아듣고 상냥한 미소와 함께
공항버스는 8분 후에 정문 앞에서 떠나며, 티켓은 자동판매기에서 구입하라고 일러준다.
나는 마음이 놓였다. 모를 때는 더듬거리더라도 물으면 된다.
그들은 누구나 어디에서나 이 아가씨처럼 친절하게 일러줄 터이니....

노토(能登)반도는 부머랭처럼 생긴 일본 혼슈(本州) 배꼽부분에 달라붙어있는,
꺾인 왼쪽 엄지손가락 모양의 조그만 땅덩어리를 말한다.
계획대로 우선 가나자와(金澤)에서 노토(能登)반도의 끝에 자리한 와지마(輪島)까지의
정기관광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모르는 사람끼리 한 버스에 타고 가이드 따라 정해진 코스를 구경하는 것도 그런대로 재미난 관광 방식이다.
일행은 겨우 아홉, 앳된 남자 가이드의 설명은 내게 일본어 히어링 공부를 시켜주는데 안성맞춤,
니혼카이 곧 동해를 향한 소토우라(外浦)를 달리고 있는 중이라는 말이 먼저 귀에 들어왔다.
오른편 산자락에는 아스나로, 소나무, 동백 등이 한창 물이 오른 채 빽빽이 들어서 있고
왼편은 끝간데 없는 바다, 별스럽게 온화한 날씨 때문인지 전혀 일렁임이 없다.
난 노토에 대한 상세한 설명에 귀기울이며 질리지도 않고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8킬로에 이르는 치리하마(千里浜) 나기사 모래사장을 버스가 달린다.
이곳 모래는 입자가 보통 모래의 8분의1 밖에 되지 않아 밀가루처럼 고운데다 바닷물을 빨아들여
쉽게 다져지기 때문에 차가 얼마든지 스피드를 낼 수 있다고...

치리하마를 지나 국도를 얼마쯤 달리자 노토의 관광명소 노토공고(能登金剛)가 나타났다. 
  
 

바다밑에서 돌출한 암반이 침식되어 생긴 거대한 관통 동굴 감몽(巖門)은 약 29km의 기암이  줄을 잇는 해안선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가파른 계단을 내려갔다.
위에서 보는 경관도 빼어났지만 동굴 바로 앞에서 들여다 본 바닷물은 한숨이 나올만큼 아름답다.
에메럴드그린과 코발트블루가 옥빛과 어우러져 뛰어들면 옷에 그대로 환상적인 물이 들것만 같다.

일본의 추리작가 마쓰모토세이쵸(松本淸張)가 쓴 '0의 초점'의 무대가 바로 이곳이란다.
이곳에서 투신자살한 어느 여인의 벗어 논 신발 밑에서 이 소설이 발견되었다고 하여
작가가 다시 찾아와 그 여인에게 바치는 시를 한편 지었다는데,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바위에 그 시가 새겨져 있었다.

            낮게 드린 구름
            홀로 일렁이는 성난 파도를
            서글프게 느끼는 노토의 첫 나들이

        

소지지(總持寺)라는 대가람을 찾았다. 지금부터 약 700년전 조동종(曹洞宗)의 대본산으로서
건축된 이 사찰은 전국에 16000개의 절을 거느리고 있다는데,
메이지(明治)31년의 대화재로 인해 소실된 부분을 고대로 복원해 놓았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지리산의 화엄사 앞에서 장엄함과 신비함에 전율하던 날을 회상했다.
산속에 자리한 웅장한 가람인데도 도무지 숙연해지질 않는게 이상했다.

마지막 코스는 '와지마(輪島)누리'라는 그들 특유의 칠 공정 관람이다.
사기도 유기도 모르고 그저 나무를 파 옻칠해서 식기로 쓰던 그들이 오랜 세월을 두고
예술의 경지로까지 발전시켰다는 칠기, 70번에서 150번의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지만 정교하고 화사한 나전칠기에 비할게 못된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고유한 것은 길이 보전할 줄을 알았다.

내가 이틀동안 묵을 여관은 다행스럽게도 회관 앞의 강 맞은편에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 종을 두번 쳤더니 팔십은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나타나 반갑게 맞이한다.
어두컴컴한 홀 안에 은은한 향내가 감돌았다.
나를 2층으로 안내한 할머니는 차를 만들어 주면서, 밤에 외롭지 않겠느냐며 따뜻한 눈길을 보낸다.
난 그 속에서 오래 전에 돌아가신 친정 어머니를 보았다.... (계속)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