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즈노에서 생긴 일   -   기행문 [紀行文]

프레즈노에서 요세미티 국립공원까지는 차로 한시간 거리,
내일 일찍 그 곳으로 떠나기 위해서는 프레즈노에서 일박을 해야 했다.
아무 특징도 없는 평범한 시골 마을이었다.
어둑어둑해질 때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음료수도 살 겸 무턱대고 밖으로 나왔다.

호텔 방에서 손만 씻고 잠깐 앉았다 나온 것 같은데 벌써 밖은 칠흙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낯선 고장의 인적이 끊긴 거리는 왠지 섬뜩하다.
되돌아가고 싶었지만 맥주를 꼭 사야 한다는 남편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는 일,
차 속에서 봐 두었던 주유소 쪽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는데, 웬 자그마한 서양너노파가
우리 곁으로 다가오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무슨 말인가를 지껄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I cannot speak english!'
하고 남편이 큰 소리로 말했지만 노파는 개의치 않고 계속 슬픈 표정을 지으며 뭔가를 호소한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들어보니 자동차가 어쩌구 오늘밤 sleeping이 어쩌구 하는 게
뭘 도와 달라는 소리 같았다.  

내가 용기를 내서, 'What can I do for you?' 라고 했더니
아까보다 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눈치가 아무래도 종일 굶었다는 얘기인 듯 싶었다.
'여보, 어떻게?' 하니까 남편이,
'거지 할멈 아냐?' 하면서 그 노파의 아래위를 훑어보기 시작한다.
난 지갑에서 1불을 꺼내 들고,
'You want this?' 해 보았다. 남편이 당신 잘 통하네 하면서 빙글거리는데,
그 서양노파는 냉큼 내 손에서 돈을 빼앗더니
'God bless you!' 한마디를 던진 채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이 착잡한 심정! 그처럼 콧대 높은 백인이 황색인종에게 구걸을 하다니......
멍 하니 서 있는 내 귀에 남편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주유소 곁에 틀림없이 편의점 같은 거 있었지?'   (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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